그러니까, 스타스크림은 이 모든 일을 겪고도 결코 이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미니콘들을 제 동체에 입혀가며 실험실에서 스타스크림은 불현듯 찾아온 기시감을 맞았다. 전쟁이 까마득한 세월로 느껴지는 시간에 이르러서야 스타스크림은 저를 매정히 내치고 비상한 그 망할 메가트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관계를 재정의해보자면, 메가트론은 스타스크림의 스파크와 누구와도 가까이 있던 존재였다. 그에게 제 목을 쥐고 으스러뜨리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었다. 아주 손쉽게는 아니겠지만 오메가락에 이르러서는 스타스크림은 제 시커즈대원들을 대부분 잃은 채였으니-그것도 충직한 시커간부 수하들을 전부 잃지 않았던가.- 메가트론에게는 잃을 것이 없었다. 허나 그는 그를 굳이 죽이는 수고를 범하지 않았고 스타스크림의 질긴 생존본능은 그로 하여금 이 결정의 느림보가 무언가 특별한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하였다. 

그 긴 시간동안 스타스크림은 군주에게만 시선을 향해있었다. 증오가 반복되면 사랑과 비슷한 꼴로 변하기도 한다. 종내에가서는 제 입은 당신의 복수를 제가 하겠다는 얼빠진 소리를 마구잡이로 하고있었고 스타스크림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의존하던 것의 상실에 탈출정에서 다음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메가트론은 반갑지 못한 상태로 돌아와 진정한 억압따위를 입에 고인 에너존을 내뱉듯이 던지곤 저 혼자 날아갔다. 하여 저는 홀로남겨졌고 의존은 다시 끊어졌다. 군견은 그 누구에게도 속해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사냥개로 변모해있던 것이다. 

그것을 알아챈 순간 스타스크림의 자아는 그것을 인정할수없다며 노발대발대었다. 분노가 가라앉자 드는 것은 메가트론이 겁쟁이란 생각이었다. 진정한 억압이란 것을 말할 처지는 분명 저는 아니었다, 제 주군의 갑주에 난 상처와 잔흔 하나하나에 비추어보자면 이쪽은 정말 선량한 권력에의 지향이었다. 하지만 억압에서 일어난 자들은 기묘하게도 알수없는 광기를 옵틱과 스파크챔버에 넘쳐흐르도록 담고 분노와 증오와 억울함과 불같은 감정들을 장작으로 삼으며 나아갔다. 그들은 참으로 분노를 사랑했다. 눌려온만큼 불이 거세진다. 스타스크림은 이 디셉티콘이란 증오가 그곳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있었다. 

억압, 그러니 억압이란 얼토당토가 없지. 그는 자신이 한 모든 것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어깨에 얹은 짐을 내던지고 자신이 약속한 이상향도 버리고-물론 그것은 옵티머스가 승리한 순간부터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홀로 숨어들었다. 버려진 기분은 엿같았다. 스타스크림은 그 길고긴 그의 인생에서 제 위에 있는 누군가를 갈아치웠음 갈아치웠지 버림받아본적이 없었다. 이젠 생겼다. 힘, 분노, 그것들에 대한 사랑,사랑, 운명론의 신봉자로 종국을 맺었던 군주! 죄다 타오르는 것들을 활활 지른채로 메가트론은 떠나갔다. 남은 이들은 그 불길 속에서 사그라들지 않고 충족되지 않는 바람에 허덕이며 꺼져가는 불씨를 안고 남은 패배자라는 멍에를 뒤집어써야했다. 그런작자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멍청히도 스타스크림은 그에게 투자했다. 그를 믿었다. 버려지고 나서야 차가운 현실이 보인다. 그의 이상은 얄팍했지만 활활타오르는 불길이 거세었던 걸지도 모르지. 가능하면 그는 메가트론이 저와는 다르게 당당한 최후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을것이다. 

옵틱을 손으로 감싸고 책상위에 올린 손을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버려진 개는 주인을 물어뜯을수있다. 자신은 메가트론을 죽일것이다. 죽여서, 그 나약한 스파크를 꺼트리고, 늘 그랬듯이, 제게 매인 사슬을 완전히 부술 것이다. 그래야만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까. 스타스크림은 메가트론에게서 힘에 대한 집착을 물려받았다. 이제 그 유산을 훌륭히 쓸 때였다. 

그제야 차분한 산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홀로 버림받은 느낌이 들어 오히려 위로 올라가 잠자리에 들었다.

장월록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